올해, 새해 벽두부터 제주에 다녀왔다. 왜 갔다온지 두달이 지나서야 포스팅을 하는지 따위는 묻지 말자. 쓰는 게 어디야.
제주에 간 건 이번이 처음. 무지 비쌀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주에 지인들이 몇 있는데다 평일 항공권을 끊으니 생각외로 쌌다. 3박4일로 다녀왔는데 비행기값 포함해서 20만원도 채 안 든 듯;;;; 역시 지인은 소중합니다. ㄳ
3박4일로 다녀왔으니 제대로 여행 좀 하고 왔겠지? 거기다 난 이번이 첫 제주행이잖아? 아무리 금욜 저녁 비행기타고 가서 월욜 점심때 돌아왔다해도 구경 잘 했을 거얌. 심지어 내가 가 있던 기간 중에는 비도 한 번 안 왔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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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 4일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새벽 4시까지 술만 쳐 먹음. 그, 그래도 오전 10시에는 기상했으니 그리 나쁜 건 아닐거야;;;;;;;;
0. 여행 계획을 짠 건 대학 선배 유씨. 지난해 여름 역시 대학 선배이자 섬사람인 오씨가 귀향했다. 그리고 또 한 번 역시 대학 선배이자 섬사람이자 교사인 김씨가 방학을 맞아 잠시 제주에 내려갔다. 그러자 이들도 보고 함께 놀 겸 여행을 가자고 유씨가 사람들을 꼬드긴 것이 제주행의 시작.
1. 하지만 내 인생이 그렇게 쉽게 풀릴 없잖아? e회사에서 하는 일이 이상하게 꼬이기 시작. 예정해놨던 스케줄이 줄줄이 소세지로 펑크를 내네? 간신히 하나 잡아놨더니 금욜 저녁 6시 비행기타고 떠야 하는데 오후 4시에 상대방에게 전화가 왔지. 미안하지만 함께 일하기 힘들 것 같다고. 아니, 바로 그 전날까지만 해도 좋다고, 괜찮다고 하셨잖아요!!!!ㅜㅜㅜㅜㅜㅜ눈물을 주륵주륵 흘리며, 여의치 않으신 거 알지만 좀 도와달라고 애걸복걸. 좀 더 알아본 후 할지 말지 확답을 주겠다는 말을 듣고 집에 가서 짐을 싸기 시작. 공항에 도착해 표도 발권하고 비행기에서 읽을 책도 사고 했지만 5시가 넘어가도록 상대방에겐 답이 안 와;;;;; 마구 불안해지면서, 제주가서 PC방 찾아서 일을 해야 하나, 노트북을 싸 갖고 올걸 그랬나 지금이라도 당장 취소하고 집에 가서 일을 해야 하는 거 아닐까 싶으며, 이 상황에서 굳이 제주를 가겠다고 이러고 있는 내가 너무 한심하고 무능하고 병신같이 느껴져 엄청난 자괴감의 회오리가 몰아치려고 할 때쯤,
상대방에게서 원래 일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전화가 왔습니다요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사, 사, 살았어효....ㅜㅜㅜㅜ 하필 답변을 메일로 주셨는데 덕분에 후배한테 내 메일 비번까지 알려주며 확인을 부탁하는 쌩쇼를 했다. 처음으로 스마트폰이 갖고 싶던 순간이었어ㅜㅜㅜㅜㅜㅜ어쨌거나 이 정도로 쪼인 적은 참으로 간만...까지는 아닌가? 지난해에도 좀 겪었던 것 같기도 하고. 어쨌거나 덕분에 마음 편히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그 상대방께서 이 포스팅을 보실 일은 없겠지만 어쨌거나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ㅜㅜㅜㅜ글구 그렇게 애써주셨는데 결과물이 ㅄ같이 나온 것에 대해선 제가 아니라 제 파트너에게 욕을.....(;;;;;;;;;; 아니, 뭐 나도 잘한 건 없지만.....;;;;;;;;;;
2. 어쨌거나 그렇게 제주를 갔긔. 공항에 내리자 야자수가 보였지만 이미 너무 힘을 뺐는지 감탄할 여력이 없었긔. 한반도 최남단 섬답게 (응? 최남단 맞나?) 공기는 확실히 포근했지만 바람이 세서 날은 제법 추웠긔.
일단 향한 곳은 선배 김씨의 시댁. (응?) 잠깐 머물렀던 이곳을 언급하는 건, 정말 독특한 아파트였기 때문이다. 집들이 4면으로 배치되어 있는데 난간이 숭숭 뚫려있고 그 사이로 바람이 몰아치고, 표현하기가 되게 힘든데, 느낌만 말하자면 옛 홍콩 영화 "made in hongkong" 에 나오는 아파트같았다. 제주 아파트는 다 이러냐고 물었더니 그건 또 아니라 한다. 어쨌거나 정말 참 마음에 드는 아파트였음. 하지만 넘 어둡고 정신없어서 사진은 안 찍었그.
그 뒤 선배 오씨의 집으로 옮겨서 오씨와 유씨 셋이서 새벽 4시까지 음주. 많이는 안 마셨슴다... 적게 마신 것도 아니지만.
3. 토요일. 이날은 산금부리에 가기로 합니다. 거기가 뭔지도 모르지만 엄마의 추천이 있었어요. 아마도 12시쯤 도착했을 것 같은데 이날 여행의 변수는 바로 아이들. 나를 제외하곤 모두 애엄마들. 그것도 한창 호기심많고 종종거리며 돌아다닐 4~5살의 아이들. 눈을 어찌나 좋아하는지 주차장 한켠에 있는 시커멓고 더러운 눈이든 갈대밭 위에 쌓인 하얗고 깨끗한 눈이든 아랑곳않고 눈장난에 빠졌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은 당연히 아이들 위주가 되는 게 맞고 그러다보니 아이들 쫓아다니는 게 일이네? 옛날에 봤던 "넉점 반"이라는 동시가 생각나네? (엄마가 아이한테 근처 가게 가서 시간을 알아오라고 하자, 아이가 가게를 갔다오는 길에 나비를 쫓아다니다가 꽃을 구경하다가 돌을 차다가 등등 열심히 돌아다닌 뒤 해가 꼬박 진 시간에 집에 돌아와 "엄마, 시방 넉점 반이래"하는 귀여운 시다.) 어쨌거나 산금부리를 봤긔

언제어디서든 좋은 나무나무
정말 엄청나게 날이 좋았다. 하늘색이 너무 예뻐서 당황스러울 정도였지.
그리고 이날 일정 끝. (응?) ....일 리는 없고, 저녁은 선배 박씨의 남편이자 역시 대학 선배인 임씨의 후원으로 빕스를 갔고, 밤에는 유씨, 오씨, 박씨, 김씨와 함께 또 다시 새벽 5~6시까지 술을 퍼 먹었다;;;;;;;;
3. 이날 유씨와 박씨는 먼저 서울로 올라갔다. 그리고 나는 제주시를 떠나 서귀포로 향했다. (이날 나를 데려다준 뒤 다음날 결국 피곤에 못 이기고 큰일을 당한 선배 오씨에게 다시 한 번 감사와 사죄를.....ㅜㅜㅜㅜㅜㅜㅜㅜ........) 서귀포에 살고 있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이 친구는, 중고등학교시절 내 절친으로, 중학교 때는 서로 편지를 엄청 주고받았고 고등학교 때는 한때 내 유일한 안식처인 적도 있는 그런 이지만, 문제는 얼굴 보는 건 거의 10년만이야;;;;;;(더 됐나?;;;;;;;) 전화 통화는 자주 했을까염? 7, 8년 전이 마지막이었던 듯. 메일도 서로 안 주고받고 문자도 1~2년에 한 번씩 주고 받았던 것 같고, 다만 블로그를 통해 제주에 내려갔다는 걸 알았을 뿐. 내 인간관계 왜 이따위야;;;;;;;;; 어쨌든 굳이 보러 가겠다는 나를 다행히도 흔쾌히 받아준 친구 나나씨. 솔직히 걱정이 안 됐던 건 아니었다. 절라 어색할 수도 있고 서로 변해있을 수도 있고 이 만남이 서로 달갑지 않은 조우로 끝날 수도 있고 그래서 재워준다는 걸 사양하고 일부러 게스트하우스에서 묶겠다고 우겼다.
하지만 시간은 언제나 힘이 세다. 함께 속 이야기를 주고받았던 사춘기 시절의 그 몇 년은, 십여년이 지났는데도 호기롭게 그 힘을 발휘했다. 만나자마자 격의없는 농담이 쏟아졌고 서로 엄청 웃었고 어떤 이야기도 주저없이 흘러나왔다. 친구의 남편분도 재미있고 좋은 분이라서, 낯을 엄청 가리는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함께 잘 어울려 놀았다. 그리고 일이 이렇게 풀리려고 그랬는지 하필 친구가 아는 게스트하우스들이 대부분 휴업 상태였는지라 친구의 집에서 자기로 하고 이 날도 새벽 4시까지 이하 생략;;;;;;;;
이 친구도 참 평범하진 않은 게, 예전부터 해외에 나가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던지라 지난해 남편과 함께 아무 연고도 없는 제주에 정착했단다. 그리고 칭구는 오는 3월, 공방과 식당(?)을 겸하는 카페를 집 옆에 내려고 준비중이다. (지금 한창 공사중) 삶의 자극을 찾아 제주로 내려온 중딩시절 절친 부부, 그들처럼 다른 방식의 삶을 꿈꾸며 제주를 찾은 그녀의 지인들 등 제주 이주민들의 이야기는 정말 재미있고 활력이 넘쳐서 나는 엄청 들뜬 상태로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사실 그 얘기를 길게 쓰고 싶었지만 1. 여행갔다온지가 넘 오래돼서 그 느낌이 가물가물;;;; 2. 내 컴 왜 이 지랄...이글루에서 자판 넘 안 쳐짐 3. 이틀밤 연속 샜더니 졸려. 칭구가 카페여는 3월에 다시 한 번 제주 방문한 뒤 길게 하기로 하고....
친구네 동네. 특이하게 모래가 검은색이다. 친구 카페는 이 바닷가에 바로 접해 있다.
되게 예쁘고 좋은 동네인데 춥다고 사진을 별로 안 찍었네?ㅡㅡ담에 찍어오지 머.
4. 다음날 일어나서 버스타고 비행기타고 집으로 ㄱㄱ ㅅ. 첫 제주여행치고는 참........거시기했긔. 하지만 재미는 있었긔. 친구한테서 강한 자극도 받고, 올라와서 잠시동안 우리도 제주로 이민가자고 설레발도 쳤긔.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다만 내려가서 뭘 할 거냐는 지금부터 충분히 고민을 좀 해야할듯.
5. 어쨌거나 친구도 살고, 생각보다 비싸지도 않고, 요즘 둘레길도 유행이고, 나는 걷는 것을 좋아하니 날이 따뜻해지면 제주 여행을 좀 자주 다닐까 한다. 일단 당장 3월이나 4월쯤 갈 예정이다. 친구의 카페 오픈 축하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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