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잔인한 달

0.
올해 봄은 멘붕의 계절.

1.
시작은 4.11 총선이었지. 하지만 그때만 해도 괜찮았네. 결과가 좋았다기보다는 꿈이 너무 컸던 거니까.

2.
운동권이었고, 현재도 운동에 살짝 발가락 걸치고 있는 친구 ch에게서 들은 이야기도 있고, 이갑용 씨의 책 "길은 복잡하지 않다"를 통해 느낀 것도 있기에, 현재 지랄이 풍년인 통진당 사태에 대해서도 낯설진 않았다. 그래, 처음 관악구 난리 났을 때만 해도. 심지어 비례대표 부정이 드러났을 때만 해도. 터질 게 터졌구나 그 정도 느낌.

3.
그런데 오늘 중앙위 난리난 걸 보니... 난 이제 소위 당권파, 또는 NL 저 ㅅㄲ들 정신 세계가 새누리당 ㅅㄲ들만큼이나 이해가 안 가. 진보신당+사회당 사람들에 대해 맨날 순교자 코스프레 돋는다고 욕했는데(욕은 하지만 표는 줍니다.), 이것들은 순교자 코스프레+패권주의인가봐. 제정신 가진 것들이 맞아? 도대체 뭐 하는 ㅅㄲ들이야?????

4.
저 ㅅㄲ들 저런 짓이 하루이틀도 아니고, 옛날처럼 아무도 모르게 지들 안에서 지지고 볶고 싸웠으면 또 다시 당권파가 이기고 그 행태 그 짓거리 계속 이어갈테니 차라리 이게 낫다, 이렇게 다 까발려지면 저것들이 아무리 기득권이라도 타격이 크겠지 이러면서 헤헤헤 웃다가, ㅆㅂ 너희들이 진보진영 다 말아먹는다 울분 토하다가, ㅆㅂ 태연한 척 하려고 했지만 이게 멘붕이지 뭐가 멘붕이겠어.

5.
경남 거제에서 진보신당이 야권 단일 후보로 나섰는데, 당선은 새누리당도 아니고 무소속이 됐지. 새누리당, 진보신당, 무소속이 사이좋게 30%씩 나눠가진 걸로 기억하는데, 친구 ch 말에 따르면 통진당 애들이 (아마도 당권파 ㅅㄲ들이겠지) 무소속을 밀어줬다네. 왜냐고? '진보'는 자기들거니까. 다른 애들에게 지분 줄 수 없으니까. ㅆㅂ 그게 제정신 가진 ㅅㄲ들ㅇ 할 짓이야?

6.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노심조가 민노당과 합치질 말아야 했나? 2008년 진보신당이 분당하질 말아야 했나? 2002년이었나 소위 당권파 애들이 집단으로 민노당 입당하는 걸 막아야 했나? 일단 당권파가 NL 애들일테고, NL은 남북문제를 가장 크게 생각하니까 분단이 되질 말아야 했나?

7.
노심조야 당권파 이런 지랄에 질려서 분당해서 나갔던 사람들이고, 하지만 여차저차한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다시 들어온 애들이니까 뭐 겪을 일 겪는거라고 치자. 유시민은 이게 무슨 개고생이래;;;;;; 쳐 맞기까지하고...ㅜㅜㅜㅜㅜㅜ

8.
하지만 가장 걱정되는 건 앞날이야. 뭐 이래저래 난리쳐서 분당한다고 치자. 노심유 힘 합쳐서 좋은 진보정당 만든다고 치자. 하지만 현재 진보진영에서 가장 조직력 센 애들은 쟤네 아닌가? 저 망할 것들을, 지들이 뭘 잘못했는지 하나도 모르는 저것들을 어떻게 따 시키지? 저것들을 어떻게 망하게 만들지? 저 정신못차리는 것들을.

9.
가뜩이나, 최시중이나 박영준 등이 구속돼도 뭔가 개운하지 않고 속이 불편했는데 그 이유를 나꼼수봉주12회 듣고 깨달으면서 좌절중인데, 방송사 파업이 안 풀려서 무한도전을 몇 달째 못 보고 있다보니 금단증상이 나타나서 힘겨운데, 쌍용차 22번째 희생자의 이야기에 속이 쓰린데, 이제는 기사도 안 뜨는 제주 구럼비 바위 때문에 서글픈데, 지난해 잠깐 빠졌던 살들이 되돌아와서 속터지는데, 회사 일이 막 익숙해지려는 찰나 새로운 프로젝트 터트려주는 바람에 짜증나는데

그래, 네들까지 이래라. 하기사 이게 차라리 낫다. 어차피 곪을 대로 곪아서 한 번은 터져야했던 문제, 이제 정말 털고 가자. 해결하자. 반 정도 죽어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10.
3월까지만 해도 국민 대통령이었는데 불과 두어달 사이에 국민xx이 되어버린 이정희. "내가 이 구역의 미친년이다"?  정말이지 이해 안 가는 당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냐.






득템 - 만화책

0.
만화책대여소가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다.

만화가나 만화책 애호가들은 국내 만화계의 열악한 현실의 원인 중 하나를 책 대여점으로 봤다. 그 대여소가 몰락하고 있다. 하지만 몰락 이유는 요즘은 대부분 인터넷으로 다운받아 보기 때문이다. 한 권에 3~4000원 하는 돈이 아까워 3~400원 주고 빌려볼 수 있는 대여소를 이용하던 사람들이 그 돈조차 아까워 무료 다운을 선택하고 있다.

나는 만화책을 사기도 하지만 대여소도 이용하고, 최근에는 때때로 무료 다운도 받고 있다. 그래서 딱히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뭔가 착잡하긴 하다.


1.
만화책을 '사서' 보는 데는, 생각보다 돈이 꽤 든다. 소위 명작이라 불리는 것들은 대부분 10권을 넘어가는데 20권 30권을 거뜬히 넘기는 것들도 적지 않아서 작품 한 질을 소장하기 위해서는 최소 3만원 이상의 돈이 깨진다. 아까워서 못 산다기 보다는 돈이 없어서 못 사고 있는 불쌍한 인간이 바로 나.


2.
이런 인간에게 만화대여점 폐점은 기회의 땅이긴 하다.


3.
몇 주 전 엄마 집 근처 만화대여점이 문을 닫았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면 의리없는 ㅅㄲ 되는 거다. 들어갔더니 이거저거 다 사고 싶은 욕망고, 신중해야 한다는 가난에 의한 태생적 신중론 사이에서 왔다갔다하다 다정다감과 노다메 칸타빌레를 들고 나왔다. 마음같아서는 유리가면도 사고 싶었지만 두꺼운 애장판이라 꾹 참았고, 또 뭘 살까 고민하며 둘러보다간 욕심이 끝도 없을 것 같아 뒤돌아보면 돌이 되는 동굴에 간 아라비안 나이트의 여주인공이 된 심정으로 가게를 나왔다. 그 집이 우리집에서 멀었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꽤나 쓸어 담았을 듯;;;;;;


4.
그리고 지난 주에는 친구 집에서 백귀야행을 업어왔다. 친구네 집 근처 대여소가 문을 닫는다길래 주문했던 백귀야행. 1, 2권만 사 두고 나머지는 언제 사나 눈물 흘렸던 책.


5.
덕분에 몇 년 전 맞춤장으로 샀던 만화책 전용 책장이 다 찬 건 물론, 넘치게 됐다. 잇힝~ 하나 더 사야......되나? 아, 아직은 일반 책장에 자리가 좀 있으니까 괜찮겠지.......


6.
우리집에는 만화책이 꽤 많은 편이지만 그냥 책이 더 많다. 그런데도 우리집에 놀러오는 인간들 중 몇 명은 "야, 다 만화책 뿐이네"라든가 "만화책이 뭐 이렇게 많아?"라고 한다. 그냥 책이 더 많다니까!!! 난 만화책을 사랑하기 때문에, 이런 말을 들으면 나하고 만화책 둘 다가 무시당하는 느낌이라 썩 기분이 좋지 않다.


7.
쌓여있는 만화책을 보고 있으면 흐뭇하고 므훗하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 폐점하는 만화대여소여.


4월은 여행의 달

0.
오랜만에 대학 선배를 만나 점심을 먹었다. 선배가 "비정규직을 없애면 행복해진다"는 플래카드를 봤는데, 비정규직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정규직이 돼도 행복까지 가기에는 여전히 고민할 것들이 많지 않느냐고 묻길래, 비정규직에서 벗어나면 다른 고민을 할 여유가 생긴다고 답했다. 다행히 선배는 이 답에 만족해했다.

1.
내가 비정규직에서 벗어난 건 아니지만, 어쨌거나 지난해에 비해서는 안정된 나날을 (일단 현재까지는) 보내고 있는 요즘이다. 덕분에 영국 여행은 못 갔고 (일하느라) 덕분에 국내 여행을 다녔다. 어쩌면 영국을 못 간 것에 대한 분풀이인지도;;;;;; 1월 제주 여행부터 시작해서 4월은 거의 매주 지방에 다녀왔다. 뭐 그 중 한 번은 동거인 고향에 간 거긴 하지만. 사진도 열심히 찍고, 심지어 셀카질까지 했는데 (물론 몹시 추해서 한 두장 빼놓고 다 지웠다.) 엄청나게 만족스럽진 않더라도 나름 즐거운 여행들이었다. 언젠가는 포스팅을 하겠지. 여행갔다온 기억이 사라지기 직전쯤.

2.
제주에 지인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선배가 내려갔고, 역시 지난해 중딩시절 절친이 내려가 지난달 카페를 오픈했고, 올해 초 선배 한 명이 내려갔다고 하고, 오늘은 후배가 제주에 내려갔다고 전화가 왔다. 제주가 나를 부르네? 가능하다면 이달 말 한 번 쯤 가고 싶은데, 동거인을 두고 혼자 가기가 좀 미안하기도 하고, 시간이 어찌될 지도 알 수 없어 고민중이다. 게다가 4월에 너무 다녀서 돈의 압박으로 인한 죄책감이 살짝 쿵.... 여름 휴가는 제주로 갈 게 거의 확실해 보인다. 성수기에 휴가를 가게 되는 불상사만 피한다면. 난 성수기에 휴가가는 게 제일 싫다. 휴가가 아예 없는 게 가장 싫지만.

3.
어떤 회사에든 병신들은 있기 마련이다. 이 병신들은 보통 일은 잘 안 하고, 하도 안 하기 때문에 안 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일을 안 하고, 대신 윗사람들에게 비비는 건 잘 한다. 이런 병신들을 보면서 얼마나 잘 사나 두고보자고 하고 싶지만, 슬프게도 대부분의 경우 이런 병신들은 잘 산다. 물론 주변 동료 및 후배들에게는 뒷다마까이고 친한 사람 하나 없고 아무도 인정 안 해주고, 심지어 윗사람들도 능력은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잘 산다. 직급이 낮은데 이렇게 굴 경우 더러 잘리는 일도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산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긴 할 텐데, 이 사람들의 이후 생활을 열심히 뒷조사한 적이 없으므로 최후가 어땠는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언젠가부터는, 그냥 이런 것도 능력 중 하나라고 생각하게 됐다. 부럽지도 않고 닮고 싶지도 않지만, 어쨌거나 이것도 능력인거다. 그런데 이 능력의 특징 중 하나는 자존심이 없다는 거다. 그래서 별로 부럽지 않다. 이게 단지 정신승리라 할지라도. 갑자기 왜 이런 말을 하냐면 그냥. 문득 생각나서.

4.
그런데 5월 말의 제주라... 많이 더우려나. 만약 이번에 간다면 올레길을 돌아야 할 텐데. 하기사 갈 수만 있다면야 더운게 무슨 상관이겠냐만.



19대 총선 - 멘붕 회복 노력 중 잡담

19대 총선 일주일이 지났다. 박원순 시장 당선 이후 세상이 콱 엎어졌으면 차라리 행복하게 끝났을텐데라는 푸념이라든가 선거법 위반 79명이 기회라는 자기 위안의 시간은 끝내고 이제 상황을 정신차리고 봐야할 시간이 왔....지만 물론 여전히 제정신은 아니다. 어쨌거나 선거 결과를 되돌아보긴 해야 한다.


1. 민주당의 개삽질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민주당이 언제 삽질 안 한 적이 있던가. 얘네는 항상 삽질의 연속이었고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함께 망해서 없어져야 할 정당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혹시 잘하려나라는 기대를 지도부 경선을 통해 걸었는데 공천 과정에서 그 기대를 120% 져버리는 저력을 과시했을 뿐이다. 공천 과정을 보며 나도 한명숙 욕을 바가지로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과연 한명숙에게 뭔가를 할 힘이 있기나 했나 의문이 생긴다. 그렇다고 해서 봐주자는 건 아니고. 다만 총선 패배 후 김진표가 중도층을 끌어안지 못한 게 패배 원인이라느니 뭐라느니 떠드는 걸 보니 열이 쳐올라서 말이지.

어쨌거나.

민주당은 이번 총선을 통해, 뭔가를 해낼 수 있는 정당이 아니라는 걸 확실하게 보여줬다. 사실 그 전의 선거들도 민주당의 승리는 하나도 없었다. 2010지방선거의 주 의제는 무상급식으로 대표되는 보편적 복지였는데, 이건 과거 민노당의 공약을 김상곤 교육감의 살신성인으로 화두가 된 거고, 지난해 서울시장 재선은 박원순 + 안철수의 개인기였다. 민주당은 뭐 하나 제대로 한 게 없다. 몇몇 인물들의 개인기만으로 총선 전부를 승리로 이끄는 것은 당연히 무리. 어찌보면 이 정도 표 얻은 것만 해도 대단하다. 이런 병신같은 정당이 제1야당이 되다니.


2. 언제는 유리했니.
sns 및 인터넷 상에서 반mb 정서가 넘쳐흘러서 사람들 마음이 다 이랬구나 싶은 착각을 불러일으켰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반한나라당이 강세를 보였던 적은 없다. 노통도 별 우여곡절을 다 겪으며 신승했고, 2010년 지방선거나 서울시장 선거 때도 야권이 '압도적으로' 이긴 건 아니었다. 40%는 언제나 영남과 강남 등 보수 지지표였다. 25% 정도는 호남과 야권 지지표. 세상이 곤두박질을 치건 경천동지를 하건 관심없는 투표 안 하는 20%를 제외하면, 남는 15%를 어떻게 투표장으로 끌어오느냐, 그리고 그들을 누가 먹느냐의 싸움이었다. 왜 46%가 한나라당을 택했느냐를 봐야할 게 아니라 왜 6%가 한나라당을 택했느냐를 봐야 한다는 얘기다.


3. 강원과 충청의 '미래지향적' 투표
1, 2번과 이어지는 이야기다. 한나라당을 택한 6% (수도권 지역을 빼면 그 퍼센테이지는 더 높아지겠지만)는 거의 강원과 충청에서 나왔다고 봐야할 거다. 강원과 충청의 몰패는 여러가지로 충격이었다. 하지만 한겨레21의 관련기사를 보니 좀 이해가 갔다. 공천을 그따위로 하고서는 어떻게 이기길 바라니. 이거에 대해서는 그냥 한겨레21 기사 참조.


4. 선거의 여왕 박근혜
한나라당에게 박근혜는 잔다르크가 아닐까. 2004년 탄핵 열풍 속에서도 한나라당을 살려내더니 이번에도 구원했다. 아마 이번에 박근혜의 가장 성공한 전략은 '새누리당'으로 갈아타기일 것이다. 그놈이 그놈인데도, '새누리당'은 한나라당과, 박근혜는 이명박과 다르다는 이미지 정치를 성공적으로 구사했다.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면서 가장 이해가 안 갔던 게, 어떻게 17대 때보다 의석을 더 못 얻을 수가 있느냐였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때 민주당-열린우리당도 지금의 새누리당과 비슷했다. 물론 내용은 다르지. 노통은 정말로 다른 정치를 하겠다고, 호남과 구민주당 계열과 척을 지면서도 열린 우리당을 만들고 이들을 지지했다. 그래서 탄핵까지 당했지. '새누리당'은 이대로 있으면 침몰하겠다는 위기감에 재빨리 배에 뺑기칠 다시 하고 구조 요청을 보냈을 뿐이다. 하지만 내용은 어쨌든 간에 유권자에게 다가가는 이미지는 비슷했던 게 아닐까. 이들은 예전과 다르고, 또는 다른 각오로 뭉쳤고, 예전의 구태의연한 것들이 아니고, 그러니까 한 번 믿어볼만 하다는. 만약 2004년에 노통이 굳이 민주당을 깨고 열우당을 만들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탄핵을 당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민주당 지지 발언으로 탄핵을 당했다면, 그만큼의 표를 얻지 못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열우당에 보냈던 지지와 기대는, 민주당에 보냈을 그것보다 열기가 강하지 않았을까.

어쨌거나 박근혜가 난년이고, 그래서 몹시 짜증난다. 다만 대선은 총선과는 선거 공식이 다르다는, 그래서 유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시사인의 기사를 믿어보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박근혜의 최대 장점은 나대지 않는다는 거지. 그래서 약점도 잘 안 잡히고. ㅆㅂ


5. 그래도 다시
어쨌거나 작더라도, 긍정적인 부분을 봐야 한다.
전통 여당층과 전통 야당층을 제외한 투표층 15%는 일단 야권으로 기울어졌다고 본다. 중요한 건 양적 변화보다는 질적 변화다. ㅆㅂ... 이 부분 쓰려고 하니 왤케 노트북 자판이 말을 안 듣냐... 창 끄고 다시 들어왔다. 사실은 긍정적인 측면이 없어서 그런가, 아니면 내 노트북이 보수꼴통 출신인가. 어쨌거나.
예전에는 내가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사람들이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보는 시각의 차이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기껏해야 인물 정도일까. 두 당이 어떻게 다른지, 또는 어떻게 달라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시각이 없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우리의 요정 가카를 거치며 그 동안 실종됐던 정책이나 비전에 대한 시각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 결과가 지방선거와 서울시장 재선이었다고 본다. 그리고 다시 정책이 사라지고 서로의 흑색 선전이 난무했던 이번 총선, 민주당은 깨졌다. 민주당에게 표를 주는 사람들이, 단지 새누리가 싫어서가 아니라 자신이 지지할 수 있는 무언가에 표를 주기 시작했다는 뜻이 아닐까. 즉, 제대로 된 정책과 비전을 보여주는 자에게는 언제든 표를 줄 준비가 되어 있는 '의식있는 유권자'층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만약 그렇다면, 이건 민주당이 몇 석 얻고 자시고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의미있는 변화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또 하나의 증거는, 이번 총선에서 '괜찮다'라고 인식되는 사람들은 거의 당선되거나 또는 떨어지더라도(영남과 강남...ㅆㅂ) 의미있는 득표를 했다는 점이다. 물론, 앞으로 4년간 또 다시 파행이 예상되는 19대 국회를 생각하면 너무 느린 변화이기는 하지만 없는 거보단 낫잖아? 보편적 복지, 공동체 회복, 경제 민주화... 이런 것들이 공공연한 화두가 된 지 기껏해야 1~2년 밖에 되지 않는다.


6. 나꼼수
나꼼수 얘기는 그냥 곁다리로 한다. 이번 총선은 나꼼수의 한계를 보여준 선거이기도 하지 않았나 싶다. 나꼼수나 김용민을 비난하거나 깎아내리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촛불시위는 어쨌거나 실패로 끝났고 가카의 패악이 지치도록 계속되고 있던 그때 썩어가는 악취를 풍기는 언론의 시체 사이에서 벌떡 일어나 사람들을 다시 정치에 집중하게 만들었던 나꼼수의 행적은 칭송받아 마땅하다 생각한다. 그들은 어쨌거나, 언제나 싸움의 최전선에 있었다. 물러난 적도 없고 '쫀' 적도 없다. 김용민도 마찬가지. 잘못한 건 김용민이 아니라 조중동의 융단폭격의 지들 털끝하나 다칠까 벌벌 떨던 민주당이다.

나는 김어준과 나꼼수 팀이 이번 총선 결과를 짐작하지 못했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말하지 않았을 뿐일 게다. 선거 결과에 대한 어두운 전망은 흥을 깨뜨리기 마련이고, 흥이 깨지면 관심이 꺼지고, 즐겁지 못한 잔치집에 의무감만으로 가고 싶은 이는 아무도 없는 법이다. 투표율을 높이고 야권에 표를 주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승리할 것이고 승리의 그날 풍악을 울리며 가슴벅차고 감격스러운 황홀경에 빠질 수 있으리라는 환상, 기대가 가득 차 있어야 한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한 달 전부터 트리를 꾸미며 설레임에 취하는 사람들처럼, 여행 일주일전부터 여행 품목을 챙기며 가슴 두근거리는 것처럼.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의 기대치를 한껏 높이는 것, 그것이 나꼼수의 전략이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꼼수는 축제의 장을 만들었으되 그 뒤의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흥을 깰 수 있는 이야기는 최대한 자제했다. 민주당도 여간해서는 까지 않았고 가카에게만 집중했다. 가카만 미워하고 가카만 심판할 수 있게 되면 얘기가 단순해져서 좋다. 가카는 문제투성이인데 사실은 민주당도 제정신아니고 통진당도 깨진 독이고 진보신당도 기타 등등. 가카를 죽여버린다고 끝이 아니고 민주당도 갈아엎어야 하고 통진당도 모가지 잡고 흔들어야 하고 경제 민주화에 뭐가 어쩌고에 기타 등등.... 이러면 사람들은 지친다. 지치면 재미가 없고 재미가 없으면 의무감이 되고 의무는 지겹고 지겨우면 관심을 돌리게 된다. 하지만 이것들은 모두 해결해야 하는,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문제들이다. 가카 갈아치우기 축제로 들떴던 사람들은, 축제가 끝나고 (그것도 흥행 실패) 쓰레기를 치우고 숙취에 시달리고 뒷철하고 기타 등등의 문제들이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당연히 나꼼수 탓이 아니다. 만약 나꼼수에 실망했던 사람들이 있다면, 본인에게 실망할 일이다. 나꼼수를 선지자가 아니므로, "갔더니 아무것도 없잖아"라고 투덜거릴 일이 아닌게다. 나꼼수는 현실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와 동기를 제공했고, 그 안에서 길을 찾는 것은 자기 몫이다.


7.
제버릇 개 못준다고 또 다시 쓸데없이 길어졌다.
하지만 길게 쓸 필요가 있었다. 내가 나를 납득시켜야 하니까. 언론에서 말하는 걸 그냥 읽는 것 만으로는 정리가 안 됐으니까. 총선은 깨졌지만 깨진 건 민주당이다. 이딴 결과를 보려고4년을 기다렸나 한숨이 나왔지만 어쨌든 이건 하나의 과정일 뿐이지 끝은 아니다. 그러니까, 다시 가자. 좀 더 힘차게, 즐겁게, 제대로.







19대 총선 - 멘붕 중 잡담

회사에서 일하느라 개표 상황을 제대로 알기 힘들었긔.

1. 출구조사 - 좆누리와 민주가 박빙이라는 점에서 일단 빈정 상했긔

2. 11시쯤 퇴근하며 동거인과 전화 통화 

"이번 선거 결과 마음에 안 들어. 개그지야."
"왜? (아직 상황 파악 안 됐음)"
"새누리가 과반 넘었어."

여기서 멘붕 조짐 보였긔


3. 집에 와서 선거 결과를 보니 그나마 민주 / 통진 쪽이 근사한 차이로 이기던 곳이 다 뒤집어졌긔.
   결국 멘붕 진행


4. 절망의 늪에 빠지려는 내 뒷덜미를 그나마 낚아채 준 건 우리 상정 언니. 언니, 백수 탈출 축하해요.ㅜㅜㅜㅜㅜ


5. 심상정, 노회찬, 문재인, 인재근, 송호창 기타 등등... 당선돼서 기쁜 사람들이 제법 있지만 그래도 멘탈 회복까지는 좀 시간 걸릴 듯.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지? 미친거야? 혹시 부정선거 아냐? 


6. 충격이 18대 때보다 더 심한 듯. 그런데 정말 이해가 안 가. 어떻게 17대때보다 표를 더 못 얻을 수 있어???????? 뭔가 이상해. 정말 이상해. 그럴듯한 음모론이라도 나오면 광신도가 되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야. 


7.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을 했지. ㅆㅂ 세상은 안 바뀌나보다. 그냥 내 살길이나 열심히 찾아야겠다. 하지만 잠시 후 깨달았어. 아참, 나는 따로 내 살 길을 찾을 수 있는 계층이 아니었지. 다행인지 불행인지, 선거 결과와는 상관없이 그냥 살던대로 살아야겠다.     


8. 하지만 완전히 살던대로 살 순 없는 게, 아까 신에게 기도했거든. (응?) 상정 언니만 살려준다면 이제 게으름 떨치고 성실히 살겠노라고. 


9. 힘을 내요, 김용민 ㅜㅜㅜㅜ 어차피 국회의원 뱃지에 관심있던 거 아니었잖아. 조중동의 그 추잡한 융단폭격을 맞으면서도 그래도 선전했어. 이제 다시 '잡놈'으로 돌아가, 다음 싸움을 준비합시다. 


10. 도대체 세상은 어떻게 해야 바뀌는 거야? 내가 무슨 진보신당 제1당을 꿈꾼 것도 아니고, 어쩌면 요만큼조차 안 바뀌니. 어쩌면 그러니. 


덧. 진보신당 정당득표율 1.10. 의석은 고사하고 당 유지도 못하네. 내 멘붕은 가속화될 뿐이고 ㅜㅜㅜㅜㅜㅜ

반성 일상

1. 사회 생활을 시작한지 10년. 나름대로 처음의 원칙을 잘 지켜왔다고 생각한다. 뭐 원칙이 별 게 없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내 원칙은 지극히 단순하다. "꼰대가 되지 말 것."

2. 지난해 "자존감을 높이자"를 목표로 삼았는데, 이게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3. 자존감과 근거없는 자신감, 잘난척은 전혀 다른 얘기다. 그런데 자존감을 높이려다보니, 말도 안 되는 자신감과 자기 합리화만 는 것 같다.

4. 더불어 약간의 "꼰대기질"도 생기려고 하는 것 같다. 문득문득, "아니, 후배들 있는데 내가 왜 이 짓을 해야 하는 거지? 난 후배였을 때 내가 다 했는데???"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뭐 사실이긴 하다. 계속된 경제침체(?)탓인지 아니면 회사들의 거지같은 행태탓인지 인력을 최대한 줄이려는 노력들이 줄기차게 계속되고 있고, 그러다보니 1인당 할 일이 늘어나고, 내 후배들은 10년 전 내가 받았던 페이와 별 차이없는 적은 돈을 받으며 하루종일 일하고 있고, 가뜩이나 바쁜 애들한테 이일 저일 시키기 미안하고, 선배가 벼슬도 아닌데 내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후배라는 이유로 시키는 것도 불합리하다 생각하고, 그래서 그냥 내가 하고. 여기까지는 참 훌륭한ㅡㅡ;;;;;사고 전개인데, 문제는 가끔 억울한 생각이 든다는 것. 억울함으로 끝나지 않고 "난 멋있어"라며 자뻑에 빠질 때도 있다는 것. 이렇게 쓰면서 살짝 작동하는 자기 검열. 어차피 이런 속생각은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는데 가만 있으면 쿨하게 남을 수 있을 것을 괜히 말해서 졸렬한 인간 될 필요가 있나?ㅡㅡ;;;;;;

5. 어쨌거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번주부터 "난 일을 못해. 난 형편없어."라는 생각이 다시 슬쩍 고개를 들고 있다는 것이다. 근자감보다는 차라리 이게 나은 것 같아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한도내에서 이 기조를 유지할 생각이다.

6. 그리하여 결론은 초심, 초심으로 돌아가자.



제주여행 잡담

올해, 새해 벽두부터 제주에 다녀왔다. 왜 갔다온지 두달이 지나서야 포스팅을 하는지 따위는 묻지 말자. 쓰는 게 어디야. 
제주에 간 건 이번이 처음. 무지 비쌀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주에 지인들이 몇 있는데다 평일 항공권을 끊으니 생각외로 쌌다. 3박4일로 다녀왔는데 비행기값 포함해서 20만원도 채 안 든 듯;;;; 역시 지인은 소중합니다. ㄳ

3박4일로 다녀왔으니 제대로 여행 좀 하고 왔겠지? 거기다 난 이번이 첫 제주행이잖아? 아무리 금욜 저녁 비행기타고 가서 월욜 점심때 돌아왔다해도 구경 잘 했을 거얌. 심지어 내가 가 있던 기간 중에는 비도 한 번 안 왔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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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 4일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새벽 4시까지 술만 쳐 먹음. 그, 그래도 오전 10시에는 기상했으니 그리 나쁜 건 아닐거야;;;;;;;;


0. 여행 계획을 짠 건 대학 선배 유씨. 지난해 여름 역시 대학 선배이자 섬사람인 오씨가 귀향했다. 그리고 또 한 번 역시 대학 선배이자 섬사람이자 교사인 김씨가 방학을 맞아 잠시 제주에 내려갔다. 그러자 이들도 보고 함께 놀 겸 여행을 가자고 유씨가 사람들을 꼬드긴 것이 제주행의 시작. 

1. 하지만 내 인생이 그렇게 쉽게 풀릴 없잖아? e회사에서 하는 일이 이상하게 꼬이기 시작. 예정해놨던 스케줄이 줄줄이 소세지로 펑크를 내네? 간신히 하나 잡아놨더니 금욜 저녁 6시 비행기타고 떠야 하는데 오후 4시에 상대방에게 전화가 왔지. 미안하지만 함께 일하기 힘들 것 같다고. 아니, 바로 그 전날까지만 해도 좋다고, 괜찮다고 하셨잖아요!!!!ㅜㅜㅜㅜㅜㅜ눈물을 주륵주륵 흘리며, 여의치 않으신 거 알지만 좀 도와달라고 애걸복걸. 좀 더 알아본 후 할지 말지 확답을 주겠다는 말을 듣고 집에 가서 짐을 싸기 시작. 공항에 도착해 표도 발권하고 비행기에서 읽을 책도 사고 했지만 5시가 넘어가도록 상대방에겐 답이 안 와;;;;; 마구 불안해지면서, 제주가서 PC방 찾아서 일을 해야 하나, 노트북을 싸 갖고 올걸 그랬나 지금이라도 당장 취소하고 집에 가서 일을 해야 하는 거 아닐까 싶으며, 이 상황에서 굳이 제주를 가겠다고 이러고 있는 내가 너무 한심하고 무능하고 병신같이 느껴져 엄청난 자괴감의 회오리가 몰아치려고 할 때쯤,
상대방에게서 원래 일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전화가 왔습니다요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사, 사, 살았어효....ㅜㅜㅜㅜ 하필 답변을 메일로 주셨는데 덕분에 후배한테 내 메일 비번까지 알려주며 확인을 부탁하는 쌩쇼를 했다. 처음으로 스마트폰이 갖고 싶던 순간이었어ㅜㅜㅜㅜㅜㅜ어쨌거나 이 정도로 쪼인 적은 참으로 간만...까지는 아닌가? 지난해에도 좀 겪었던 것 같기도 하고. 어쨌거나 덕분에 마음 편히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그 상대방께서 이 포스팅을 보실 일은 없겠지만 어쨌거나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ㅜㅜㅜㅜ글구 그렇게 애써주셨는데 결과물이 ㅄ같이 나온 것에 대해선 제가 아니라 제 파트너에게 욕을.....(;;;;;;;;;; 아니, 뭐 나도 잘한 건 없지만.....;;;;;;;;;;


2. 어쨌거나 그렇게 제주를 갔긔. 공항에 내리자 야자수가 보였지만 이미 너무 힘을 뺐는지 감탄할 여력이 없었긔. 한반도 최남단 섬답게 (응? 최남단 맞나?) 공기는 확실히 포근했지만 바람이 세서 날은 제법 추웠긔.

일단 향한 곳은 선배 김씨의 시댁. (응?) 잠깐 머물렀던 이곳을 언급하는 건, 정말 독특한 아파트였기 때문이다. 집들이 4면으로 배치되어 있는데 난간이 숭숭 뚫려있고 그 사이로 바람이 몰아치고, 표현하기가 되게 힘든데, 느낌만 말하자면 옛 홍콩 영화 "made in hongkong" 에 나오는 아파트같았다. 제주 아파트는 다 이러냐고 물었더니 그건 또 아니라 한다. 어쨌거나 정말 참 마음에 드는 아파트였음. 하지만 넘 어둡고 정신없어서 사진은 안 찍었그.

그 뒤 선배 오씨의 집으로 옮겨서 오씨와 유씨 셋이서 새벽 4시까지 음주. 많이는 안 마셨슴다... 적게 마신 것도 아니지만.


3. 토요일. 이날은 산금부리에 가기로 합니다. 거기가 뭔지도 모르지만 엄마의 추천이 있었어요. 아마도 12시쯤 도착했을 것 같은데 이날 여행의 변수는 바로 아이들. 나를 제외하곤 모두 애엄마들. 그것도 한창 호기심많고 종종거리며 돌아다닐 4~5살의 아이들. 눈을 어찌나 좋아하는지 주차장 한켠에 있는 시커멓고 더러운 눈이든 갈대밭 위에 쌓인 하얗고 깨끗한 눈이든 아랑곳않고 눈장난에 빠졌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은 당연히 아이들 위주가 되는 게 맞고 그러다보니 아이들 쫓아다니는 게 일이네? 옛날에 봤던 "넉점 반"이라는 동시가 생각나네? (엄마가 아이한테 근처 가게 가서 시간을 알아오라고 하자, 아이가 가게를 갔다오는 길에 나비를 쫓아다니다가 꽃을 구경하다가 돌을 차다가 등등 열심히 돌아다닌 뒤 해가 꼬박 진 시간에 집에 돌아와 "엄마, 시방 넉점 반이래"하는 귀여운 시다.) 어쨌거나 산금부리를 봤긔




산금부리에서 보이는 한라산




움푹 패인 분화구



갈대밭



언제어디서든 좋은 나무나무


정말 엄청나게 날이 좋았다. 하늘색이 너무 예뻐서 당황스러울 정도였지.




그리고 이날 일정 끝. (응?) ....일 리는 없고, 저녁은 선배 박씨의 남편이자 역시 대학 선배인 임씨의 후원으로 빕스를 갔고, 밤에는 유씨, 오씨, 박씨, 김씨와 함께 또 다시 새벽 5~6시까지 술을 퍼 먹었다;;;;;;;;


3. 이날 유씨와 박씨는 먼저 서울로 올라갔다. 그리고 나는 제주시를 떠나 서귀포로 향했다. (이날 나를 데려다준 뒤 다음날 결국 피곤에 못 이기고 큰일을 당한 선배 오씨에게 다시 한 번 감사와 사죄를.....ㅜㅜㅜㅜㅜㅜㅜㅜ........) 서귀포에 살고 있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이 친구는, 중고등학교시절 내 절친으로, 중학교 때는 서로 편지를 엄청 주고받았고 고등학교 때는 한때 내 유일한 안식처인 적도 있는 그런 이지만, 문제는 얼굴 보는 건 거의 10년만이야;;;;;;(더 됐나?;;;;;;;) 전화 통화는 자주 했을까염? 7, 8년 전이 마지막이었던 듯. 메일도 서로 안 주고받고 문자도 1~2년에 한 번씩 주고 받았던 것 같고, 다만 블로그를 통해 제주에 내려갔다는 걸 알았을 뿐. 내 인간관계 왜 이따위야;;;;;;;;; 어쨌든 굳이 보러 가겠다는 나를 다행히도 흔쾌히 받아준 친구 나나씨. 솔직히 걱정이 안 됐던 건 아니었다. 절라 어색할 수도 있고 서로 변해있을 수도 있고 이 만남이 서로 달갑지 않은 조우로 끝날 수도 있고 그래서 재워준다는 걸 사양하고 일부러 게스트하우스에서 묶겠다고 우겼다.

하지만 시간은 언제나 힘이 세다. 함께 속 이야기를 주고받았던 사춘기 시절의 그 몇 년은, 십여년이 지났는데도 호기롭게 그 힘을 발휘했다. 만나자마자 격의없는 농담이 쏟아졌고 서로 엄청 웃었고 어떤 이야기도 주저없이 흘러나왔다. 친구의 남편분도 재미있고 좋은 분이라서, 낯을 엄청 가리는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함께 잘 어울려 놀았다. 그리고 일이 이렇게 풀리려고 그랬는지 하필 친구가 아는 게스트하우스들이 대부분 휴업 상태였는지라 친구의 집에서 자기로 하고 이 날도 새벽 4시까지 이하 생략;;;;;;;;

이 친구도 참 평범하진 않은 게, 예전부터 해외에 나가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던지라 지난해 남편과 함께 아무 연고도 없는 제주에 정착했단다. 그리고 칭구는 오는 3월, 공방과 식당(?)을 겸하는 카페를 집 옆에 내려고 준비중이다. (지금 한창 공사중) 삶의 자극을 찾아 제주로 내려온 중딩시절 절친 부부, 그들처럼 다른 방식의 삶을 꿈꾸며 제주를 찾은 그녀의 지인들 등 제주 이주민들의 이야기는 정말 재미있고 활력이 넘쳐서 나는 엄청 들뜬 상태로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사실 그 얘기를 길게 쓰고 싶었지만 1. 여행갔다온지가 넘 오래돼서 그 느낌이 가물가물;;;; 2. 내 컴 왜 이 지랄...이글루에서 자판 넘 안 쳐짐 3. 이틀밤 연속 샜더니 졸려.  칭구가 카페여는 3월에 다시 한 번 제주 방문한 뒤 길게 하기로 하고....

친구네 동네. 특이하게 모래가 검은색이다. 친구 카페는 이 바닷가에 바로 접해 있다.
되게 예쁘고 좋은 동네인데 춥다고 사진을 별로 안 찍었네?ㅡㅡ담에 찍어오지 머.



4. 다음날 일어나서 버스타고 비행기타고 집으로 ㄱㄱ ㅅ. 첫 제주여행치고는 참........거시기했긔. 하지만 재미는 있었긔. 친구한테서 강한 자극도 받고, 올라와서 잠시동안 우리도 제주로 이민가자고 설레발도 쳤긔.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다만 내려가서 뭘 할 거냐는 지금부터 충분히 고민을 좀 해야할듯.

5. 어쨌거나 친구도 살고, 생각보다 비싸지도 않고, 요즘 둘레길도 유행이고, 나는 걷는 것을 좋아하니 날이 따뜻해지면 제주 여행을 좀 자주 다닐까 한다. 일단 당장 3월이나 4월쯤 갈 예정이다. 친구의 카페 오픈 축하겸.




졸업식 잡담

퇴근을 하는데 여느때보다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개중 꽃다발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꽤 눈에 띄었다. 아마도 오늘 졸업식을 한 사람들인가보다.

내 졸업식은 그다지 즐겁지 않았다. 당시 나는 백수였다. 졸업 전 취직을 하고 회사에 다녔던 언니들과 달리 나는 직장이 없는 상태로 졸업식을 맞게 됐다. 재수에 휴학까지 했으니 나이도 꽤 있는데 여전히 자리는 못 잡은 상태. 그 와중에 어쨌거나 대학 졸업식이라고 찾아온 가족들. 즐거울 수 없는 자리였다. 아무도 나에게 뭐라고 하진 않았지만 (그리고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는 이미 지금의 이 직업을 택하겠노라고 결정했던 상태였던 것 같다.) 내 입장은 가시방석 그 자체.

하지만 더 문제였던 건, 그때의 그런 암울한 상황을 제대로 깨달을만큼 내가 철든 인간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때 나는 마냥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뭘 하고 싶은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아무것도 알 수 없는데 갑자기 나를 둘러싸고 보호해주던 울타리가 사라져버렸다. 나이는 잔뜩 들었는데 나는 어떤 의미로든 (경제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독립할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다. 몸만 큰 어린애였던 셈이다. 졸업이 당혹스러웠던 이유는 하나 더 있었다. 대학 생활 말기, 나는 인간관계 면에서 상당히 평화롭고 만족스러운 상태에 있었다. 그것은 내가 태어나서 처음 가져본 종류의 안정감이었다. 이걸 갖자마자 잃어야한다는 게 납득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내가 어린애같은 투정이나 부리고 있는 동안 시간은 무심히 흘러갔고 나는 이 익숙하고 편안한 비현실의 세계를 떠나 현실을 직면하고 내 일상을 내가 알아서 꾸려야 할 때를 - 지금까지처럼 가족에게 기생하며 사는 게 아니라 - 맞고 있었다.

이때 심정이 꽤나 안 좋았던지, 지금은 뜸해지긴 했지만 한동안 졸업 당시의 꿈을 자주 꿨다. 꿈의 흐름은 대개 이렇다. 졸업이 다가오고 주위 친한 사람들은 하나둘씩 사라지고 나만 홀로 외로이 남았는데, 당장 내일 모레가 졸업이고 취직을 해야 한다든가 진학을 해야 한다든가(가끔 꿈의 무대가 고등학교일 때도 있다.) 어쨌든 그래야 하는데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어서 너무 막막하고 숨이 턱 막히고 갑갑해서 눈물조차 안 나는 그런 상황이다. 뭐랄까, 나 혼자 버려지고 낙오된 심정이라고나 할까. 보통 이런 꿈을 꾸면 깨고 나서도 한 동안은 현실 인식이 잘 안 돼서 어떻게 하나 큰일났네하며 막막해하다가 잠시 후에야 아, 난 이미 졸업했고 직종도 정했고 지금은 이런 일을 하고 있지 - 하면서 안심하곤 한다.

애니웨이.

내 졸업식은, 내가 하도 한심한 인간이니까 즐겁지 않았다고 치자. 이상한 건, 언니들의 졸업식도 그닥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지 않다는 거다. 큰언니는 졸업식 하던 날 기분이 몹시 좋지 않았다. 이유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회사 스트레스 때문이었을 거다. 졸업식이 끝나자마자 밥도 제대로 못 먹고 회사 출장을 가야 했다. 작은 언니의 졸업식은 무난했지만 이상하게도 웃고 축하하는 분위기 속에 울적함이 짙게 가라앉아 있었다. 역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것도 마찬가지로 자유의 시간이 끝나고 험난한 사회 생활이 시자됨을 알리는 날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음... 쓰고보니 우리집 가풍의 문제인가.)

졸업식이란, 우리나라에선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그닥 즐겁지 않은 날인 것 같다. 백수인 상태이건 취직을 한 상태이건, 중고등학교 6년은 대입 준비로, 대학 4년은 취업 준비로 보내고, 자신의 삶에 대해서 무엇을 어떻게 할 건지 진지하게 제대로 된 고민도 못한 상태에서 밀려나듯 사회-생활에 내몰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라고 쓴 건 다른 나라는 어떤지 모르니까. 뭐 다른 나라도 비슷할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학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다거나 그때가 더 행복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그때가 더 젊었고 덜 뚱뚱했다는 점만 빼면 사실 나는 그때보다 지금이 더 좋다. 그때의 나는 잘난척하는 걸 좋아했고 책임감이라고는 쥐뿔만큼도 없었고, 무엇보다 인간관계가 됐든 학점이 됐든 조금만 어려운 일이 생겨도 도망가기 바빴다. 지금이라고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그때보다는 잘난척을 덜 하고 덜 무책임하고 덜 도망간다. 그건 역시, 그때는 도망가면 가족이라는 울타리 뒤에 숨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내가 내 생활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졸업식이란 축하까지는 모르겠지만 기념할만한 날일 수도 있겠다. 진정한 '성인'으로 태어날 수 밖에 없는 날이니 말이다.

그래도 뭔가 복잡한 심정은 계속된다. 나처럼 드럽게 무책임하고 남한테 얹혀사는 게 익숙한 인간은 걷어차서라도 사회에 내보낼 필요가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까지 뭔가에 쫓기듯 내몰리며 사는 게 과연 좋은 일일까. 어정쩡한 상태로 사회에 나가 취직을 하고 역시 수순처럼 적당한 상대를 만나 결혼을 하고 마찬가지로 그 다음 순서를 밟아 아이를 낳고, 직장에 치이고 결혼 생활에 지치고 아이키우는데 진을 빼며 사는 게, 그래도 괜찮은 걸까. 각 단계마다 뭔가 엄청나게 진지하고 깊은 고민을 할 여유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닐까. 그리고 선택의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왜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도 "사는 게 다 그런거지 뭐" 라든가 "인생 뭐 있어?"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내뱉게 되어야 하는 걸까.

밤새서 졸린 와중이라 뭔 소리를 하고 싶은지 나도 잘 모르겄다. 그냥 졸업하는 이들을 봤고, 내 졸업식이 어땠나 떠올렸고, 왜 즐겁지 않았나를 생각하다보니, 결국 즐겁지 않은 내용으로 마무리를 하게 되는 건가. 또는 역시 이틀 연속 밤샘은 뇌에 무리를 가져오는 거든가.

애니웨이.

졸업하는 분들, welcome to the jungle입니다. 사회생활이라는 것도 막상 나와보면 그닥...............나빠효.ㅡㅡ;;;;;;


새해 일상

새해 기념 포스팅

1. 지난해, 2011년이 가기 전에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일을 못 했다. ㅜㅜㅜㅜ 왜 새해 포스팅이 자기 반성으로 시작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머리를 하고 옷을 사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귀찮고 날이 넘 춥다고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어느새 2012년... 저기 나 당장 내일부터 입을 옷이 없는데 어떡하지?ㅜㅜㅜㅜ 담주안에 머리는 꼭 하고 싶은데 할 일이 좀 많아. 흑흑흑흑

올해는 오늘일을 내일로 미루는 나쁜 습관, 약간이라도 고치겠습니다. ㅜㅜㅜㅜㅜ



2. 지난해 목표 중 성공했던 것 중 하나는 살빼기였다. (원래 목표는 다이어트였지만 다이어트는 실패했다. ㅡㅡ) 지난해초 독감에 걸려 살이 좀 빠진 뒤 계속 그 몸무게를 유지했었는데 한 달 남기고 원상복귀가 됐다. 장난해?????? 지금부터라도 빼야 하는데 문제는 이번주부터 구정 때까지 계속 열심히 처먹을 일들이 줄을 서 있다. 어쩌라고;;;;;;

올해는 꼭 운동도 하고 식단도 건강하게 유지해서 제대로 살을 빼겠습니다. ㅜㅜㅜㅜㅜㅜㅜ



3. 갑자기 며칠 전부터 20대 초반의 고민이 되살아났다. 20대 때의 내 가장 큰 고민은 인간관계였다. 간단히 말해서 "왜 난 사람들에게 인기가 없지?" 왜 그런지야 알지. 예쁘길 하나 똑똑하길 하나 재주가 많길 하나 성격이 좋길 하나. 하지만 나를 어여삐 여겨 놀아주는 사람들이 간간히 있기에, 또한 인기없는 걸 뭐 어쩌겠어라는 생각으로 그 고민을 제법 오래 잊고 살았는데 갑자기 되살아났다. 내가 친구가 제법 있다고 생각한 게 착각 아닐까? 날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날 좋게 생각해준다는 게 사실은 모두 내 오해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들이 갑자기 주루룩.... 하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좀 더 나은 인간이 되도록 노력은 하되 신경은 안 쓰고 살 생각이다.

지난해 한 상갓집에 갔을 때 일이다. 나하고는 학번 차이가 좀 있는, 그닥 친하지 않은 선배들이 먼저 앉아 있었다. 얌전히 자리에 앉아 그들이 말을 걸어주기를 기다리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뭐 예쁘다고 먼저 말을 걸어주겠어? 특히 우리나라 선후배 통념상 후배가 먼저 말을 거는 게 예의 아냐? 그래서 먼저 고개를 디밀고 말을 걸었더니, 다행히 선배들이 받아줘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얘기를 나눴다.

여름에는 예전 직장 동료들에게 만나자고 문자를 보냈다. 이 멤버에게 얼굴 보자고 내가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 두 명의 멤버는 선뜻 만나자고 답문을 보냈고, 만난 자리에서는 "네가 먼저 보자고 해서 무슨 일 있는 줄 알고 깜짝 놀랐다. 네가 연락한 것은 처음이라서 바쁘지만 무리해서 나왔다"라고 말해줘, 고마우면서도 민망했다ㅡㅡ;;;;;;

예, 그렇습니다. 제가 먼저 말걸거나 다가가지 않는 건 공주병에 걸려서가 아니라 하녀병이어섭니다. 베르사이유 장미에서도 나오지 않습니까? 듀바리 부인이 마리 앙트와네트에게 먼저 말 걸던가요? 분해서 부들부들 떨면서도 말 걸어줄 때까지 기다리잖아요.

나는 예전부터,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먼저 다가섰다가 무시당할게 싫어서, 나같은 애가 말걸면 그 사람이 싫어할까봐 상대방이 다가올 때까지 기다리는 인간이었다. 하지만 바꿔 생각해보면, 딱히 매력적이지도 않고 좋아할 일도 없는 인간한테 먼저 다가가 손내밀어줄 사람은 없다.

그래서

올해는 주제를 알고(응?) 먼저 손 내미는 법을 익히도록 하겠습니다. 그래봤자 낯선 사람을 만나는 걸 그닥 좋아하지 않고 집안에 처박혀 있는 걸 최고의 호사로 아는 성격 땜시 지금과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 같습니다만 기본적인 태도는 바꾸려고요.



4. 올해는 두 개의 선거가 있다. 총선 때 집에 사람들을 불러 모아 낮부터 술판을 벌이며 개표 방송을 보려고 했으나 젠장, 날짜를 세어보니 하필 그날 출근하는 날이야....ㅜㅜㅜㅜㅜㅜ .... 그것도 저녁 5시쯤 출근해서 밤 12시에 퇴근해. 그 다음날은 새벽같이 출근해야 해. 도저히 술 마실 타이밍을 잡을 수가 없어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왜 하고많은 날 중 하필 그 날....ㅜㅜㅜㅜㅜㅜ 그래서 술판 계획은 깨끗이 접었다. 혹여나 일정이 바뀐다면 열겠지만 내 팔자에 그런 기적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

이건 내 결심과는 별 상관없지만, 새해에는 한나라당의 몰락, 또는 몰락의 기미를 꼭 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으로 양분되었던 지금까지의 정치현실과는 다른 새로운 희망도요. 한 표를 행사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하겠습니다요.


5. 올해는 쿨한 척, 객관적인 척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망가지는 걸 무서워하지 않는 법을 배웠으면 한다.



6. 큰언니가 무서운 얘기를 해 줬다. "마음은 아직 젊은데 몸만 늙는다. 그래서 아직도 자기가 젊은 줄 알고 그래서 주책이 되는 거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주마등처럼 내 머릿속을 스쳐가는 기억들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난 내가 젊은 줄 알고 20대 후배들과 어울리면서 걔네와 별 차이 없는 것 마냥 굴었는데 알고 보니 그게 주책이었던 거야.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올해는 내가 늙었다는 걸 인정하고 곱게 늙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주진우 기자도 아닌데 부끄럽네요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일상

0. 새 일을 시작했습니다.

1. 2008년 이후 세상 풍파를 좀 겪다보니, 안정적인 생활을 꿈꾸게 된 지 어언 3년. 드뎌 나름대로 안정적일 것이라 기대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게 됐지만 내가 온 이상 이곳도 알 수 없어;;;; 당장 첫 출근이었던 오늘부터 갑작스런 김정일 사망 소식으로 아수라장이 된 사무실 풍경을 바라봐야 했긔;;;;; 그 어떤 평화로운 곳도 내가 가면 풍지박산 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야 말겠다는 야욕을 품고 일단 딴짓을 하고 있습니다. 내 팔자 왜 이래;;;;;;;

2. 지난 9월부터 하고 있는 일이 있는데 기냥 널럴하게 할 수 있는 일이라 투잡이 가능하긴 하지만 문제는 이번주가 좀 바쁜 주. 그런데 나는 새 일을 시작해서 적응하느라 좀 바쁘고 정신없을 것 같고 감기도 살짝 온 것 같고 나름 빡센 일주일이 예상되고 있다. 쓰다보니 정말 희망차지 않은데??????

3. 뜨내기 인생같은 프리랜서라서 그럴까, 출근해서 일을 손에 잡기 직전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당장이라도 전화가 와서 "미안하지만 내부 사정이 복잡하게 꼬였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그때 함께 일해효"라고 말할 것만 같다. 지난해 비슷한 일을 몇 번 겪고 나서는 더 심해졌다. 오늘도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면서 오지말라는 전화가 오면 어쩌나 마음을 졸이며 출근했다.

4. 일단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구나. 어쨌거나 성실히 해 봅시다요. 창피하지는 않게. 그런데 사무실 넘 춥다...발이 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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